자매에게,

다른 어떤 얘기보다 이 소식을 먼저 전해야겠지. 이런 순간이 오다니 나조차 믿기지 않지만, 드디어 내가 쓴 첫 책이자 출판사 별세계의 첫 책인 <탈혼기>가 텀블벅에서 펀딩을 받기 시작했어. 편지 발송과 펀딩 시작을 같은 시간으로 설정해놨으니, 지금 당장 달려가 선착순 50명 안에 들면 얼리버드 선물도 받을 수 있어!

시험 삼아 뽑아본 샘플 책 사진도 보여줄게. 나야 워낙 이 책을 붙들고 있었으니, 자기 딸의 가시조차 사랑하는 고슴도치처럼 콩깍지가 씌었을 거야. 그치만 정말 영롱하지 않아? 아직 본격적인 후가공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인데도 이 정도라니, 진짜 책이 나오고 나면 잘 때도 껴안고 자는 거 아닌가 몰라.

샘플을 손에 쥐었을 뿐인데도, 나는 손에 와 닿는 물리적 형태에, 그 무게에 감격해서 좀 멍해지는 기분이었어. (물론 네가 어디든 들고 다니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가벼운 종이를 써서 깃털같이 가벼운데도.) 기어이 이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되겠구나. 곧 너도 이 책을 받아들고, 읽어주겠구나.

드디어 여기까지 왔어. 내 드랍박스의 “탈혼기” 폴더에 얼마나 많은 파일이 담겨 있는지 알면 너도 깜짝 놀랄 거야. 이혼 절차가 끝나고 5개월 후인 2020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으니 2년에 가까워져. 태블릿PC로 끄적인 브레인스토밍은 초고가 됐고, 그걸 고치고 또 고쳐서 8차까지 다듬었고, 교정교열을 몇 차례나 거쳤고, 디자인을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검토했고…

그렇지만 이번 달 편지에서는 아무래도 내 노력과 성과보다도 내 좌절을 얘기해야겠어. 물론 나도 탈혼이라는 빛나는 성취를 이룬지 오래인 승리자처럼 네 앞에 서고 싶어. 이렇게 잘 사는 나를 보라고, 나는 다 극복했다고, 책까지 내지 않았느냐고, 너도 할 수 있다고, 아주 쉽다고, 마치 자기계발서처럼 말이야.

슬프게도 그건 진실이 아니고, 난 네게 항상 진실해지려고 하니까, 이번 달이 내게 얼마나 지독했는지 털어놓을 수밖에 없겠어. 그건 어쩌면 4월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어.

왜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들 하는지 너도 알고 있어? 이 말은 영국의 남성 시인 T.S. 엘리엇이 쓴 <황무지>의 첫 연에서 유래해. 나는 학부 시절 영문학을 이중 전공했는데, 한 교수님이 영문학도라면 이 시 정도는 암송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앞부분을 통째로 적는 시험을 내주셨어. 난 여느 대학생답게 딱 외워야 하는 부분까지만 읽었지만, 그래도 뇌가 스펀지 같았을 때 집어넣은 몇 줄만은 아직도 남아있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으로부터 라일락을 길러내며

기억과 소망을 뒤섞고

둔감한 뿌리를 봄비로 들썩거리게 한다.

우리에겐 겨울이 차라리 따듯했다…

-<황무지> 1장 망자의 매장 중에서

올 4월에서야 난 그 시의 도입부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아. 이번 달 초 나는 묵었던 죽은 땅을 다시 헤집는 기분으로 전남편과의 관계에 마지막 매듭을 지었어. 책이 나오기 직전이니 더 미룰 수 없었어. 내 책을 읽으면 자세한 상황을 알겠지만, 난 이혼한 후에도 웹소설 작가인 전남편의 글을 편집하며 돈을 벌고 있었거든. 난 내게 익숙한 그 일을 하며 책을 쓰는 동안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었어.

일을 할 땐 모든 감정을 묻어두었지. 주변 사람들은 신기해했지만, 남자와 나는 철저하게 해야 하는 일 얘기와 오가는 돈 얘기 외엔 나누지 않아서 그게 가능했어. 그건 아무것도 살아나지 않는 겨울 같았어.

그렇다고는 해도, 이게 탈혼이 맞을까? 나는 문득 고민에 빠지곤 했지. 서류상으로 이혼을 해놓고도 매일 세 시간 이상 남자와 카톡이 오간다면 말이야. 게다가 나는 내가 하는 기여에 비해 턱없이 적은 돈을 정산받고, 내가 일을 하면 할수록 남자는 더 부유해지고 있었어. 그건 결혼이라는 구조랑 너무 비슷해서, 나는 자꾸 자기 검열을 하게 됐어. 그러니까, 사람들이 내가 탈혼을 했다고 인정해줄까? 내 책이 전부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네게 숨기려면 숨길 수도 있을 거야. 더 플롯이 간단한, 삼키기 쉬운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겠지. 예를 들어 이런 거.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었고, 즉각 결혼제도의 모순과 남편의 문제를 깨달았고, 그 길로 이혼을 했고, 남자와는 모든 관계를 끊었고, 탈출한 지금은 오점 하나 없이 행복하다.> 그런 이야기가 너도 이해하기 편하고, 나도 쓰기 편했을지 모른다고는 생각해.

하지만 <탈혼기>는, 내 삶은 그런 ‘사이다’ 서사가 아니고, 실제로 그렇게 단순하게 탈혼해버릴 수 있는 여자가 얼마나 될지 나는 잘 모르겠어. 우리는 그보다 더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 우리는 그보다 더 복잡하게 작동하는 사람들이야.

내가 결혼한 건 2014년, 페미니즘 운동이 한국을 해일처럼 뒤덮기 직전이었어. 나는 곧 물결에 올라타 열성적인 페미니스트가 됐지. 그렇지만 바로 이혼하지는 않았어. 나 정도면 평등한 결혼 생활이라고 믿은 적도 있어.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도 생각했어.

“이렇게는 살기 싫어."

그건 아주 오래 걸린 내 답이다.

- <탈혼기>, p. 254

내가 표지에도 박은 이 구절대로, 내가 이혼을 결심하기까지는 기나긴 시간이 필요했지. 남자와 얽힌 법적, 금전적, 감정적 고리를 끊는 것도 바로 되지는 않았어. 이혼한 후에도, 당장 이번 달까지도 남자와의 동업 관계는 청산하지 못했고. 게다가 이혼 후의 내 삶을 오점 없는 행복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어휴, 이번 달에 내가 얼마나 바닥까지 내려갔는지를 생각하면… 나는 남자에게 정산 비율을 올려주지 않으면 더는 일을 못 하겠다고, 너와 일을 하고 있으면 과거의 악몽이 순간순간 떠오른다고 긴 카톡을 보냈어. 남자는 절대 정산 비율은 못 올려주겠다고 했고, 나는 알겠다고 했지. 그렇게 건조하게 끝이 난 줄 알았어.

묻어놨던 뿌리에 내리는 봄비처럼, 자꾸 불쑥 눈물이 났어. 남자는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이제 와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걸 알면서도.

나는 뒤뜰에 심으려고 손질 안 된 대파 한 단을 샀는데, 파를 손질하면서도 울었어. 파가 매워서만은 아니었어. 고작 대파조차 자기를 지키려고 매운 기운을 내뿜는데, 나는 어떻게 그렇게 순순히 당하고 있었을까? 알면서도, 세상이 날 그 자리로 밀어 넣었음을 분석한 책 한 권을 썼으면서도.

급기야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어. 이혼하고 나서 처음이었어. 쿨하고 사무적이던 태도는 어디 가고, 흉하게 꺽꺽 울면서 악을 썼지. “왜 그랬어? 나한테 왜 그랬어?” 너가 아주 괴로웠으면 좋겠다고, 돈을 주고서 너와 함께 한 과거를 지울 수 있다면 빚이라도 지겠다고 말했어.

“나하고 결혼한 게 너에게 손해였어?”

남자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나에게 물었어. 순간 어지러웠어. 과거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어. 결혼은 다른 여자에게는 손해지만, 나 정도면 결혼제도로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과거 말이야. 그거 알아? 때로는 내가 피해자라고 인정하는 것보다 내가 가해자라고 믿으며 미안해하는 게 쉽다는 거. 나는 내가 결혼제도의 피해자가 아니라, 비혼을 택한 여자들을 짓밟는 가해자라고 믿으며 죄책감을 가지곤 했어. 그러면 계속 그 자리에 머물 수 있었지.

글쎄,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남자의 생각보다 네 생각이 훨씬 궁금해. 어떨까, 나는 피해자였을까 아니었을까? 다른 여자는 몰라도 나 정도면 결혼제도로 이득을 본 것일까? 아니, 그런 여자도 어딘가엔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건 결혼하지 않은 다른 여자를 밟고 올라선 것일까? 대체 결혼은 무엇이며, 페미니스트는 결혼한 여자에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너도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거야. 지난 몇 년간 이 주제로 자매들끼리 격하게 충돌해왔으니, 그러지 않을 수 없었겠지. 너도 댓글로 말 몇 마디를 보탰을지도,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을 삼켰을지도 몰라. 나름의 입장이 생겼거나, 혹은 아직도 모르겠다 싶을까.

나는 여자들의 다양한 입장과 생각을, 적어도 그런 입장과 생각이 존재하는 이유를 이해해. 솔직히 어떤 말들은 나를 아프게 하고 분노로 들끓게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속한 이 거대한 성차별 구조를 ‘가부장제’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는 거야. 결혼제도는 우리가 평생 겪어온 억압의 핵심이고, 그 안에 있건 밖에 있건 옆에 있건 밑에 있건 평생 우리 모두에게 중력처럼 작용해. 어떤 식으로든 강렬한 반응이 터져 나오는 게 당연하지.

모두를 내 앞에 무릎 꿇게 할 명백한 논리가 있으면 좋겠어, 나도. 책을 쓰기 시작할 때는 <탈혼기>가 그런 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혼을 둘러싼 모든 문제에 답이 될 이론과 담론과 논증을 담은 책은 내 능력 밖이었어. 알고 보니 내가 쓸 수 있는 건 하나의 이야기, 그것도 나라는 한 명의 여자가 겪은 이야기일 뿐이었지.

여자 하나가 진실로 자기 삶을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는 갈라져 열릴 것이다.

- 뮤리얼 루카이저, '케테 콜비츠'

너도 어디선가 들어 본 구절이지? 미국의 시인 루카이저는 <어둠의 속도>라는 시집에서 이렇게 썼어. 대체 이야기로 뭘 할 수 있겠냐고, 나조차 나를 믿기 어려울 때면 난 이 구절을 신앙으로 삼았어. <탈혼기>는 여자 하나의 삶을 더없이 진실히 이야기하는 책이야. 그것만은 자신 있게 보증해. (세계가 갈라져 열리는지 안 열리는지는 한 번 봐야 할 것 같아.)

어디에서 읽었어. 모든 이야기에서 인물은 시작점과는 다른 인물이 되어 끝난대. 인류는 이야기를 통해 시작과 끝을, 그 변화와 대비를 자기 일처럼 경험한다는 거야. 그래서 이야기에는 사람을 나아가게 할 힘이 있는 거래. 인류가 동굴 속 모닥불 앞에 모여 까마득한 세월을 살아온 큰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보다 한발 앞선 이야기를 따라 살아온 건지도 몰라.

하지만 따라 살 이야기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혼하기로 했을 때 나는 이야기의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기분이었어. 그도 그럴 것이, 여자의 결혼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봤지만, 이혼한 여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생각이 단 하나도 안 났어. 여자가 불행한 결혼 생활을 떠나겠다고 마음을 먹는 이야기는 좀 봤지. 하지만 이야기는 보통 거기서 끝나고, 그 여자가 행복해졌는지 아닌지는 미궁 속이야.

이야기가 이혼한 여자의 행복을 그리더라도 그 행복은 보통 다른 남자를 찾는 식이야. 내 이혼 절차가 마무리됐던 2020년 3월, 공교롭게도 TV에서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라는 주말 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했어. 드문드문 스친 장면에서 이혼한 주인공이 다시 전남편과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주변의 여러 이혼한 여자 인물들도 전부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는 듯했지. 나는 다시 전남편과 결혼할 생각도, 다른 남자를 만날 생각도 없는데.

나는 모든 결혼이 불행하다고 증명하지 못해. 나는 아무도 결혼하지 못하게 막을 수 없고, 모든 결혼한 여자를 당장 이혼하도록 만들 수도 없어. 나는 결혼한 여자들을 죽도록 미워하는 여자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도 없어.

다만 네게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 이건 내게 꼭 필요했지만 들을 수 없던 이야기, 그래서 내가 직접 써야 했던 이야기야.

1990년생 백말띠인 내가 태어났을 때 여자아이들은 잘못 쓴 오답처럼 사방에서 지워지고 있었고, 엄마는 죄인이 되었어. 나는 마법소녀가 되고 싶었어. 립스틱을 바르고 짧은 치마를 입어서라도 강해지고 싶었어. 차차 나는 여자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배워나갔어. 생리대를 숨겼고, 내 몸을 싫어하게 됐고, 여자인 친구들과 거리를 두게 됐고, 하이힐을 신었고, ‘된장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데이트 비용을 부담했어. 그렇게라도 세상에 의미 있고 싶었어. 더 멀리 가고 싶었어. 그래서 남자와 결혼한 거야. 그게 얼마나 정교한 덫인지도 모르고.

하지만 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 나는 오래된 이야기 속 영웅들처럼 답답하게 헤매기도 했지만, 영웅은 결국 길을 찾기 마련이잖아. 나는 살아서 여기로 돌아왔어. 남자가 아니라 네 옆으로. 나는 여자인 나를 뼛속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이어지는 삶을 사랑하게 되었고, 다른 여자들에게 내어줄 여유를 갖게 되었어. 맞아, 시작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

내가 사는 집에는 작은 뒤뜰이 있어. 작년 봄에 야심 차게 다양한 허브를 심었는데, 뭘 잘못했는지 전부 시들하게 잎에 구멍이 뚫려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어. 나는 낙심해서 여름부터는 아예 뒤뜰에 나가지도 않고 잡초가 무성해지게 두었지. 겨울의 추위가 모두 없던 일로 만들어주기를 바랐는지도 몰라.

“이거 바질 아니야?”

올봄, 나보다 먼저 뒤뜰에 나간 엄마가 나를 불렀어.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잎을 쓸어서 냄새를 맡아보니 바질이 맞았어. 어쩐 일인지 추위에도 죽지 않은 거야. 단단하게 목질화된 예전 가지에서 푸른 잎이 새로 나고 있었어. 이번에는 훨씬 튼튼하고 싱싱하게.

나는 그게 우리 삶에 대한 비유라고 믿고 싶어. 삶은 우리에게 언제나 두 번째 기회를 주고, 없던 것만 못한 경험은 없다고. 이번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기억을 헤집느라 잔인한 4월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내가 내 이야기를 ‘해피엔딩’이라고 소개하는데 어떠한 거리낌도 없는 이유야.

2022년 4월 29일

이번에야말로 뒤뜰을 제대로 가꿔보기로 한 혜담이.

추신 1.

이번엔 무슨 레시피를 붙일까 하다가, 바나나브레드가 떠올랐어. 너 인간이 가장 잘 맡는 냄새 중 하나가 바나나 냄새라는 거 알아? 바나나향에 한해서는 그 후각이 좋다는 개보다도 민감하대. 그래서 그런지 이 빵을 구우면 온 집안이 맛있는 향으로 가득해지거든. 내 책도 입소문이 멀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바나나브레드 굽는 법을 알려줄게.

내가 평소에 쓰던 레시피는 재료도 더 많이 들어가고 복잡해서, 베이킹이라곤 전혀 안 해봤어도 따라 할 수 있도록 단순화해봤어. 계량컵과 계량스푼 대신 밥숟가락과 종이컵을 썼으니 계량도 쉬울 거야.

재료는 아래와 같아.

계란 한 개

바나나 세 개

강력밀가루 종이컵 1컵

베이킹파우더 2 숟가락

소금 1/2 숟가락

설탕 종이컵 1/3컵

식용유 종이컵 1/4컵

오븐이 없다고? 에어프라이어가 있다면 에어프라이어를 써도 괜찮아. 다만 겉이 쉽게 건조해질 수 있으니 중간에 꺼내서 분무기로 물을 몇 번 뿌려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야.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면, 오븐이든 에어프라이어든 예열부터 해야 해. 180도로 15분 이상 돌아가도록 켜놓고 반죽을 만들자.

큰 볼에 계란 하나를 깨서 흰자가 보이지 않도록 섞어주고, 같은 볼에 바나나를 으깨서 잘 섞어줘. 혼자 살면 바나나 한 송이를 사도 꼭 몇 개는 까매져 버리잖아. 그런 바나나가 오히려 좋아. 푹 익을수록 바나나의 단맛이 살아나거든.

멍울 없이 잘 섞였다면 이제 나머지 재료까지 섞어 줘.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 설탕, 식용유를 넣어서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만 저으면 돼. (혹시 더 맛있게 먹고 싶다면 하루견과를 부숴서 넣거나 코코넛 플레이크를 넣어도 좋아. 하지만 없어도 충분히 맛있으니까 걱정 마.)

이제 용기에 담아. 꼭 멋있는 전용 팬이 아니어도 돼. 나는 락앤락 반찬통 유리 부분에 구웠거든. 집에 있는 유리나 도자기로 된 것들을 뒤집어 봐서 oven safe라는 글자만 있다면 괜찮아. 작은 용기밖에 없다면 조금씩 여러 번 구우면 되지, 뭐.

180도로 예열된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45분간 구워주면 아마 슬슬 노릇한 향이 집안을 채우고 있을 거야. 기계별로 정확한 시간은 다르니까, 이쑤시개로 한 번 빵을 찔러봐. 끈적한 반죽이 묻어나오는 게 아니라 약간 바삭한 부스러기만 딸려 나올 때까지 구우면 완성이야.

빵의 냄새가 소식까지 멀리 전달해주기를.

추신 2.

네게는 미리 팁을 줘야겠어. 혹시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별세계 계정을 팔로우하고 오늘 저녁 때쯤 들어와 봐. 텀블벅 오픈 기념으로 이벤트를 할 생각인데, 엄청난 선물은 아니지만 난 그래도 네가 받아갔으면 좋겠어! 

추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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